스페인 와인은 낯설다. 프랑스 와인처럼 고급져 보이지도 않고, 칠레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신대륙 와인처럼 가성비가 좋을 것 같지도 않은 그냥 그런저런 와인이다.(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스페인 와인 애호가분들은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부터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 오늘 소개할 와인을 만든 가르나차와 템프라니요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다. 스페인은 유럽 대륙 남쪽에 위치한, 여름이 매우 무더운 나라로 풀바디 와인을 만들기 적합한 포도를 재배한다. 그래서 스페인산 레드 와인은,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을 수도 있다. 그럼 과연 오늘 소개할 와인, 트레스 피코스는 어떨까?
생산지: 스페인>캄포 데 보르하(Campo de Borja)
생산자: 보르사오 보데가스(Borsao Bodegas)
포도: 가르나차
구입시기: 2022년 여름
구입가격: 2만원대 초반
시음일: 2023년 6월
가르나차라는 이름의 포도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가르나차는 그루나슈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포도이다. 원산지는 이 와인을 만든 스페인 북동부 지역이지만, 오히려 프랑스 남부 론 지방에서 그루나슈(Grenache)로 만든 와인이 더 유명하다.
Vivino 평점: 4.0 / 5.0
Wine Searcher 평점: 89 / 100
내 시음평: 와인 맛이 매우 묵직하다. 스페인에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을 머금은 포도로 만든 와인답게 아주 드라이한 풀바디의 와인으로, 마시는 중간에 혀가 쉴틈을 주지 않는다. 첫 느낌부터 묵직한데 목을 넘길 때까지 묵직한 맛이 가시지 않는다. 무거운 와인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마시기에 부담스러울 것 같다. 굳이 소주와 비교하자면, 참이슬 빨간색 병마개 오리지널 느낌이 난다. 비비노 등 유명한 와인 사이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인인데, 한국사람들이 마시기에는 대중적인 맛의 와인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가끔씩 이런 묵직한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다. 특히 육향 가득한 고기를 먹을 때는 이런 와인이 찰떡궁합이다.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오늘 소개하는 트레스 피코스 2019 빈티지에 90점이란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나는 90점까지 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와인의 산뜻한 맛을 좋아하는데, 이 와인에서는 산미가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레스 피코스는 스페인 와인 분류 체계 중 상위 등급에 속하는 D.O.(Denominacion de Origin) 등급의 와인으로, 굳이 따지지면 프랑스의 발라주급, 이태리의 D.O.C. 정도 레벨의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묵직한 맛처럼, 잔에 비치는 와인 색도 매우 진하다. 맛보기 전에 와인 맛을 예측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잔에 비치는 와인 색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다. 십중팔구는 와인 색의 농도에 따라 맛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생산지 소개: 캄포 데 보르하(Campo de Borja)는 가르나차 포도의 원산지로, 원산지 답게 주로 가르나차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대륙성 기후에, 비가 잘 내리지 않아 매우 건조한 지역이며 석회질 토양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아주 비싸거나 저렴한 양 극단의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가르나차만으로 만든 와인은 트레스 피코스가 처음이었다. 그루나슈는 대부분 다른 와인과 블렌딩 해서 와인을 만들고, 가르나차 만으로는 잘 만들지 않는다. 이 와인도 부드러운 맛을 내는 포도를 조금만 블렌딩 했으면 내 입맛에는 더 맞았을 것 같다. 하지만, 입맛은 다 개인의 취향이니. 제임스 서클링을 비롯,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은 받은 와인이니, 스페인 포도 품종 가르나차의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