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시기에 순례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3가지 코스 중에 내가 내가 택한 길은 포르투갈 길. 선택 이유는 내가 포르투갈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포르투갈 길이 제일 거리가 짧아서 시간이 많지 않았던 나에게 가장 적당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순례자의 길 코스는 프랑스에서 시작해서, 스페인 북부지역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며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프랑스길이다. 하지만 나는 위에서 밝힌 이유 때문에 포르투갈 길을 택했고, 이 길은 순례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게다가 내가 순례자의 길을 걸었던 시기는 비수기인 1월 말이었다. 덕분에 온종일 혼자 걷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넓은 알베르게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대부분의 밤을 지내야 했다.
이런 시간들이 나빴다는 건 아니고,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찐(!) 고독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꼭 비수기를 골라서 여행하시길. 난 스리랑카(웰리가마)에 이어 포르투갈에서도 철저히 혼자였고, 순례자의 길을 걸으며 제대로 된 사색을 할 수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느꼈던 혼자만의 즐거움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포스팅 클릭해 주세요~^^
2021.03.13 - [여행지 소개] - 스리랑카(웰리가마) 여행 추억 #2 (비수기라도 괜찮아!)
#1 리스본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
순례자의 길 중에 포루투갈길이 제일 짧다고는 하지만, 이 길도 제대로 걷는다면 600km가 넘는 짧지 않은 길이다. 평소 걷기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그까이거 머 쉬엄쉬엄 걷다 보면 도착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었고, 완주를 불과 수십 킬로미터 남기고는 물집이 난 발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기차로 산티아고에 입성했었다. 하지만 전혀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한번 걸을 날이 있을 테니!
순례자의 길을 걷다 보면 위 사진에 보이는 노란색 조개 그림과 화살표 모양을 길 위에서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인가? 한국말로 쓰인 "좋은 길, 좋은 방법"이라는 문구가, 약 일주일 동안 걸어서 지친 나를 반겨주었다. 포르투갈 길의 장점 중 하나는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 있다는 점이다.
리스본을 출발하여 한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이런 해안길을 만날 수 있다. 거친 바닷바람을 뚫고, 대서양의 경치를 감상하며 걷다 보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에 다다른다. 이쯤 오면 포루투 갈길의 8부 능선은 넘은 거다.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같은 길을 걷는 순례객들을 조금은 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지 주민들 외에는 순례객은커녕 여행자들도 만나지 못했다. 이런 비수기에 순례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드넓은 텅 빈 알베르게(?)에서 혼자 꿋꿋이 잘 수 있는 담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날을 숙소에서 혼자 보냈고, 어떤 숙소들은 문이 닫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연락처는 남겨놓아 전화로 연락을 취하면, 유유히 관리인이 나타나 문을 열어주고는 다시 유유히 사라진다.
순례자의 길을 걸을 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다. 여러 인터넷 글에서 볼 수 있는 순례자들만을 위한 순례자 메뉴는, 비수기여서 그랬던 건지 몰라도, 내가 걷던 포르투갈 길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마을 레스토랑에서(알베르게는 닫아도 다행히 식당들은 대부분 열었었다) 제대로 된 현지식과 로컬 와인을 마실 수 있었고, 매일 점심과 저녁에 와인을 마시느라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포루투갈길을 걸으며 먹은 음식들은 아래 포스팅을 봐주세요~
2021.03.19 - [여행지 소개] - 순례자의 길(포르투갈 코스)에서 먹은 음식들 #1
2021.03.19 - [여행지 소개] - 순례자의 길(포르투갈 코스)에서 먹은 음식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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