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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도서 리뷰)

[책꼽문] '말하다 talk 言' 책 리뷰(김영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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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는 말 잘하고 똑똑해서 좋아하는 작가다.  알쓸신잡에 나와서 유시만 작가와 대등한, 때로는 더 뛰어난 지식으로 무장한 그의 달변을 들으면서 그의 팬이 되었다.  

'말하다 talk 言'은 그가 인터뷰와 강연에서 했던 말들을 발췌해 정리해 놓은 책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의 책이라 책이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가 않다.

 

2015년 3월 10일 출간, 문학동네 출판사

1.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비관적 현실주의에 두되, 삶의 윤리는 개인주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동조될 때,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개인주의를 저는 건강한 개인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때의 즐거움은 소비에 의존하지 않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물건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뭔가를 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즐거움입니다.  즉, 구매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입니다.  새로 나온 사진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카메라로 더 멋진 사진을 찍는 삶입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는 삶이 아니라 이미 있는 카메라로 더 멋진 사진을 찍는 삶입니다." (28쪽)

 

2. "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목소리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적어도 호메로스 같은 경우에는 2000년 이상을 살아서 우리에게 와 있는 거잖아요." (79쪽)

"서재는 오래된 목소리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영혼에 접속하는, 일상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타자를 대면하는 공간입니다." (80쪽)

 

3. "작가가 작가의 존재로서 대접받아왔던 것은 그 통찰을 글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작가는 어떤 면에서 통찰력을 독점했다기보다는 표현력을 독점했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89쪽)

 

4. "저는 30대 초반에 이미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아이를 낳지 않겠다.  그러면 내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그냥 살아지는 것, 나로서 끝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럼 세계는 뭐냐? 세계는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이죠.  이 세계는 인간의 운명에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101쪽)

 

5. "그러나 딱 한 가지 믿는 것은 있어요.  그것은 이야기라는 것의 영속성이에요.  인간은 영생하지 않을 것이고 세상의 끔찍함은 바뀌지 않을 테지만 저는 이야기가 영속한다는 것은 믿어요.  예를 들어서 유대인이든 탈레반이든 어떤 오래된 이야기들의 숙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대인들은 구약성경이라는 이야기에 따라서 평생을 살아가잖아요.  안식일을 지키고 유월절을 모시고, 그 명절이라는 것이 이야기의 물화된 형태고요.  그렇다면 유대인이라는 존재는 결국 성경이라는 이야기의 숙주로서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인 이야기를 후대로 전승하고 있는 거지요." (102쪽)

 

6. "작가로서 장편 쓸 때가 행복해요.  연기 방법 중에 메소드 연기법이라는 게 있잖아요.  소설가도 어느 정도 그런 면이 있어요.  저는 어떤 인물을 만들어놓으면 한동안 그 인물이 할 법한 말을 하고, 그 인물이 들을 만한 음악을 듣고, 읽을 만한 책을 읽고 하거든요.  그런 것도 소설가로 사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어떤 인물 속에 들어가서 1년, 2년 살고 나오는 거요. (117쪽)

 

7. "저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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