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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소개

중국 쓰촨성 쑹판(송판) 말 트레킹 추억 (과거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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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트레킹'은 생소한 단어다.  '말' 그대로 일반 트레킹이 아닌, '말'(馬)을 타고 하는 트레킹이다.  쓰촨성은 유비의 촉나라와 매운 사천음식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말 트레킹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말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는 쑹판(松潘)이라는 작은 '현'급 마을에 가야한다.  쑹판은 말 트레킹의 성지(?)답게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말 트레킹을 주선해주는 여행사가 여러 개 있다.  이 중에서 맘에 드는 곳을 골라 가격을 흥정하고 말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출발하고 나면 마음에 안 들어도 말과 마부는 바꿀 수 없으니, 건강한 말과 친절한 마부로 신중히 골라야 한다.  

 

쑹판 마을 풍경.  말 트레킹이 아니라면 굳이 오지 않아도 될 그런 평범한 마을이다. 

비수기여서 그런지 함께 트레킹을 할 여행객을 쑹판 도착 당일에는 구하지 못했다.  혼자서도 트레킹을 할 수는 있지만, 마부에게 줘야 하는 돈은 인원수에 관계없이 일정하니 트레킹 비용이 배는 올라간다.  마을 빈관에서 하루 더 묵고 다음 날 여행사를 찾아가니 다행히 여행객 한 명이 트레킹 동행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바로 '콜'을 외쳤고, 나와 함께 2박 3일의 트레킹을 함께 하게 된 여행자는 이스라엘에서 온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이스라엘이라고 해서 약간은 걱정했지만(이스라엘 여행자는 예의 없기로 아주 유명하다), 우려와 달리 이 친구는 아주 배려심 많았고, 씩씩해서(?) 3일 동안 즐겁게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트레킹 기간 동안 내내 이런 말을 타고 다니는데 말을 못탄다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말들은 트레킹에 아주 적당하게 순종적으로 잘 키워져서, 마부 말을 아주 잘 듣는다.  말 등에 올라타고 세월아 네월아 눈 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면 된다.  

트레킹 중 말등 위에서 이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8월 말 한여름에 트레킹을 해서 설산을 볼 수 없었지만, 겨울뿐 아니라 봄이나 가을에 가도 눈 덮인 산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처 없이 마부가 이끄는 대로 말을 타고 가다 보니 첫째 날 묵을 숙소에 금세 도착했다.  산골마을에 위치한 민박집인데, 오가는 대화를 들어보니 마부와 가까운 친척이 사는 집인 것 같다.  집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이렇게 외진 마을에서도 이렇게 깨끗한 현대식 가옥을 보니, 중국도 점점 여행하기 좋아진다는 걸 새삼 느낀다.  

산골마을에서 이정도 집이면 현대식 가옥(?)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민박집 옥상에서 바라본 경치. 

둘째 날 아침은 말에게도 휴식시간을 줄 겸, 조금 걷기로 한다.  말도 힘들겠지만, 사실 나도 하루 종일 말등에 앉아있는게 쉽지는 않았다.  말이라고는 제주도에 가서 잠깐 약 5분 동안 탄 게 전부인데 익숙지 않은 일은,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오래 할 수 없는가 보다.  한적한 마을 길을 걷다 보니 '걷는 게 말 타는 것보다 편한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본연의 업무(?)로 되돌아가 다시 말등에 올라타고 터벅터벅 길을 나아간다.  

노란 배낭을 맨 씩씩한 이스라엘 아가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번 여행이 군대 제대 기념 여행이었다고~^^

말등에 몸을 맡긴 채 유유자적 신선놀음(?)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산길에 숨겨져 있는 마부만의 은밀한(?) 산장에서 해결한다.  점심 준비는 마부가 미리 챙겨온 채소와 고기로 준비한다.  무언가 어설프게 뚝딱뚝딱 만드는데 맛은 이상하게 그럴듯하다. 점심을 먹으며 생각한다.  '먼 옛날 실크로드를 다니던 무역상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음식들을 먹지는 않았을까?'

장작불에 뚝딱 만들어내는 음식.  보기는 별로지만 맛은 괜찮았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시 시작된 신선놀음(?).  먼 옛날 실크로드(사실 이 트레킹 코스는 실크로드는 아니지만...)를 다니던 무역상들이 된 것이냥 말 위에 올라타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를 감상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한다.  '어? 주위를 둘러보니 묵을만한 숙소가 없는데.... 오늘 밤은 어디서 묵는 거지?' 걱정도 잠시, 마부는 또 자기만의 은밀한 산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돌과 나무로 벽과 지붕을 올린 친환경 집은, 한여름인데도 새벽에는 몹시 추웠다.  산장에 이불이 있기는 했지만, 따로 침낭을 챙기지 않았다면 추위에 잠을 설칠 뻔했다.  혹시 겨울에 트레킹 하실 분들은 추위 대비를 단단히 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런 곳에서 저녁을 먹고 잠을 잔다.  위생에 민감한 사람은 잠을 쉽사리 청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사흘동안 우리를 안내해준 마부 아저씨.  유쾌하고 배려심 많은 분이었다.  

마지막 날인 셋째 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쑹판으로 복귀할 준비를 한다.  이 트레킹은 2박 3일이 딱 적당한 것 같다.  1박 2일은 좀 아쉽고, 2박 3일보다 더 길어지면 약간은 지루할 수도 있겠다.  먹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한 위생을 중요시 하는 사람과, 추위를 잘 못 견디는 분들은 말 트레킹을 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름 내공이 필요한 트레킹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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