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행지이다. 내가 갔을 때만(2016년 여름) 해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여서 조지아를 여행하며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티브이 여행 프로그램에도 여러 번 소개되고, 조지아를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조지아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다들 혼자만 알고 싶은 나만의 맛집이 있지 않은가? 조지아는 나에게 그런 맛집 같은 여행지이다.
나를 조지아와 사랑에 빠지게 만든 건 바로 우쉬굴리 트레킹이었다. 우쉬굴리는 해발 2100키로미터에 위치한 아주 아름다운 산악 마을이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메스티아를 가야 한다. 메스티아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고, 3박 4일 정도로(또는 더 길게) 트레킹을 하며 올라갈 수도 있다. 조지아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은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일정에 우쉬굴리를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다. 하지만 나는 워낙 걷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라 3박 4일 트레킹을 했는데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난 4일 동안 최고의 경치들을 보았고, 거기에 덤으로 맛있고 아주 신선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조지아를 갈 계획에 있는 분들은 꼭 우쉬굴리는 트레킹을 하며 가기를 추천드린다. 별로 힘들지 않고, 숙소들도 묵을만 하다.
1. 트레킹 중 볼 수 있는 풍경들
2. 트레킹 중 먹을 수 있는 음식들
메스티아에서 우쉬굴리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에는 호텔이 없고, 트레킹 중 지나는 적당한 마을에서 묵어야 한다. 이런 숙소는 대부분 식사도 함께 제공한다. 식사는 대부분 샐러드와 빵, 요거트, 수프 등이다. 맛있기도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모든 재료는 민박집 사장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직접 짠 우유로 만들어지는 진정한 유기농 음식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하루에 한 끼는 꼭 쌀밥을 먹어야 하는 나 같은 토종 한국인은 메뉴 선택의 폭이 전혀 없다는 점. 그냥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주는 음식들이 다 맛있어서 밥 생각은 안 난다. 내가 그랬으니까~^^
3. 트레킹 중 묵어야 하는 숙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트레킹 중에는 무조건 민박집에 묵어야 한다. 민박집의 청결도나 시설 등은 일정하지 않다. 정말 깨끗했던 곳도 있었지만, 오래된 낡은 집에서도 묵어야 했다. 하지만 산골 마을에 있는 집이라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봐야하고, 이런 정도로 불편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어릴 적 할머니 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더 좋았다.
사진첩을 정리하다 보니 막상 목적지인 우쉬굴리에서 찍은 사진은 없다. 트레킹 하는 동안 호강했던 눈이 우쉬굴리에 도착해서는 별 감흥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 감흥이 없으니 사진도 안찍을 수밖에. 그렇다고 우쉬굴리 마을이 별로란 건 아니다. 우쉬굴리는 일일 투어객들도 많이 찾는 나름 북적거리는 관광지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도 많고 깨끗한 호텔에서 묵을 수도 있다. 나도 오랜만에 문명의 편안함을 느끼며 우쉬굴리에서 트레킹 하며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우쉬굴리 트레킹 코스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채 지금의 상태를 유지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은 초심을 잃기 마련이니 말이다. 우쉬굴리 트레킹을 하며, 나중에 꼭 한 번 더 가족들과 이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다짐했었다. 그때까지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
조지아에 대한 다른 지역이 궁금하다면 아래 포스팅 참조하세요.
2021.03.29 - [여행지 소개] - 조지아(시그나기) 여행 추억 #2 (숙소 추천, 와이너리 투어)
2021.04.01 - [여행지 소개] - 조지아(트빌리시, 카즈베기) 여행 추억 #3 (와인에 취하고, 추위에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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