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곳이 2군데가 있다. 하나는 중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샹그릴라(香格里拉, 중국어 발음으로는 '샹거리라')'라는 명칭을 하사(?)해 준 윈난성에 위치한 '샹거리라현(香格里拉镇)'이고, 또 다른 한 곳은 쓰촨성에 위치한 야딩이다. 나는 윈난성의 샹거리라현은 가보지를 못해서 두 군데 중 어느 곳이 더 그럴싸하게 샹그릴라 같은지 말하진 못하겠다.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는 쓰촨성의 샹그릴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예정이다.
2016년 여름 쓰촨성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야딩(亚丁)'을 가고자 함이었다. 야딩은 행정구역상 쓰촨성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위치상으로 볼 때 오히려 운남성에 가깝다.
#1. 야딩까지 가는 길
워낙 오지에 있다 보니 야딩까지는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버스 아니면 비행기로 갈 수밖에 없는데, 나름 여행 내공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중국의 장거리 버스는 타고 싶지도 않았고 시간도 아껴야 했기에 비행기로 편히 가기로 했다. 야딩행 비행기를 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해발 4,411미터에 위치) 곳에 위치한 민간공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다오청야딩공항에 내려준다.
#2. 고산증의 고통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야딩풍경구 입구에서 내려준다. 오전에 공항에 도착해 야딩풍경구 안에 있는 숙소에 짐을 푸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야딩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산증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막상 공항에 도착 후 숙소에 짐을 풀기까지 몸에 별다른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생각치 못한 멀쩡한(?) 몸 덕분에, 바로 일정을 시작할까 했지만 혹시 모르니 높은 해발고도에 적응할 겸 첫날은 숙소에서 쉬기로 한다.
저녁이 되자 몸에 이상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고 속은 계속 거북하다. 거북함을 참지 못해 얼마 먹지도 못한 저녁을 게워내기도 했고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지만, 처음 느껴보는 그런 불편함이 잠자리에 들기까지 계속된다. 안색이 좋지 않던 나를 본 숙소 직원이 숙소에서 팔던 산소통을 내게 권했지만, 평소에도 이상한 고집으로 약 복용을 되도록 하지 않는 나는 '미련하게도' 산소 없이 버티어 보기로 한다. 정말 '미련한' 행동이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이 글을 읽는, 야딩을 방문하려는 예비 여행자 분들은 꼭 과학의 혜택(?)을 이용하시길 바란다. 고산증에 따라오는 괴로움은, 미련하게 참고 버틸만한 그런 고통이 아니다.
#3. 짧은 야딩 트레킹
다행스럽게 고산증은 다음날 아침 말끔히 사라졌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트레킹을 하기로 한다. 목적지는 우유해와 오색해다. 천천히 걸어도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야딩이 위치한 다오청현은 장족자치주에 속해 있어 동티베트라 불리기도 하는 만큼, 트레킹 중간중간 티베트 특유의 풍경들을 볼 수 있다.
목적지인 우유해에 가까워질수록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이곳이 샹그릴라(지상낙원)가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4. 우유해(牛奶海)와 오색해(五色海)
우유해와 오색해는 각각 해발고도 4600미터, 4700미터에 위치해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빛이 우유처럼 뽀얗고,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는, 빙산에서 흘러온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머금은 호수이다(바다는 아니다). 해발 4천 미터를 훌쩍 넘는 고산에 위치한 호수를 이렇게 쉽게, 별 힘들이지 않고(고산증 때문에 힘들기는 했지만...) 볼 수 있다는 게 과연 좋은 건지 모르겠다. 개발되는 만큼 보존도 잘 되어서, 과연 내 아들도 지금의 내 나이쯤에 이곳에 와서 이렇게 청정한 호수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야딩은 멀고, 가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고를 할 만큼, 야딩에서 볼 수 있는 경치는 샹그릴라답다! 다행히 비행기도 다니니, 약간의 돈만 투자하다면 2~3일의 짧은 시간만을 쓰는 것만으로도(중국 내에서 이동할 경우에) 해발고도 4천 미터를 넘는 히말라야의 설산을 직접 볼 수 있다. 쓰촨성의 샹그릴라 야딩은,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히말라야의 설산을 보고 싶지만 긴 시간을 내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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