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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꼽문(도서 리뷰)

[도서 리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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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내용을 소개하는 네 번째 글입니다. 아마도 이번 포스팅에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글 쓰기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번 포스팅은, 앞선 포스팅에 이어 13장의 내용부터 소개하겠습니다.  

 

2023년 초판 발행, 발행처 부키(주), 김희정 옮김

 

13징. 고추: 고추김치(고춧가루, 다진 마늘, 멸치 액젓으로 양념을 한 풋고추 김치)

저자는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지인과 함께 런던에 있는 쓰촨 음식점에 갔을 때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13장을 시작합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던 지인은 메뉴판에 고추 그림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요리를 시켰지만, 나온 음식에는 약간의 고추가 들어있었답니다. 왜 고추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음식에도 고추가 들어있냐고 식당 직원에게 물으니, 식당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네 식당에서 파는 모든 음식에는 '당연히' 고추가 들어간다고 대답을 했답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도 쓰촨음식에 당연히 들어가는 고추와 같이,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게 당연히 여겨지는 노동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무보수 돌봄 노동'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대표적인 무보수 돌봄 노동은 전업주부의 가사 노동, 육아 등입니다. 이런 돌봄 노동은 사회를 움직이는데 꼭 필요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GDP(국내총생산)에도 들어가지 않는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자는 돌봄 노동에 대한 관점과 관행, 제도를 변화시켜, 서로 더 잘 보살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14장. 라임: 카이피리냐 칵테일(키샤사 또는 보드카, 라임 주스, 설탕을 섞어 만든 칵테일)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는 무렵인 15세기, 많은 선원들이 비타민 C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괴혈병의 치료제를 찾아 헤맨 끝에, 비타민 C 부족이 괴혈병의 원인이란 사실이 밝혀졌고, 이때부터 영국군은 해군에게 라임주스를 먹게 했다고 합니다. 영국군의 발 빠른 대처가 해군력의 성장으로 이어져 결국 대영제국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라임은 브라질의 대표 술 카샤사를 만드는 데에도 쓰이는데, 카샤사의 주원료는 사탕수수입니다. 사탕수수를 증류하면 에탄올을 뽑아낼 수 있는데, 이 에탄올을 브라질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임에서 시작해서 사탕수수를 증류해서 뽑아내는 친환경 연료를 소개하며, 저자는 인류 위기로 닥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야기 합니다. 14장은 경제학 설명이라기 보다는, 기후 변화를 대하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한 편의 에세이 같습니다.

 

15장. 향신료: 커리 조개 육수 아귀  요리

한국인인 저자는 한국음식을 한동안 먹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지만,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 남아시아 음식은 단 몇 주라도 먹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고 고백하며 향신료에 대한 사랑을 나타냅니다. 저자뿐만 아니라, 중세 유럽인들도 향신료에 흠뻑 빠져, 향신료를 구하기 위해 항로를 개척하고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했죠. 이때 향신료 등 식민지 착취에 앞장선 주체는 나라가 아닌 동인도 회사와 같은 '유한 책임 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였습니다. 

유한 책임 회사는 유한 책임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식민지 항로 개척은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이니, 투자한 금액 만큼만 책임지도록 한다는 게 유한 책임제입니다. 유한 책임제를 기반으로 많은 주식회사들이 생겨났고, 자본주의는 발전하게 됩니다. 

한때, 자본주의의 성장을 이끌었떤 유한 책임제가 이제는 성장의 장애물로 변했다고 저자는 말하면서, 유한 책임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16장. 딸기: 딸기 우유

딸기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방법으로 생산되는 과일입니다.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과 달리 딸기는 앞 사이에 숨어서 자라기 때문에 사람이 허리를 구부린 채 일일이 손으로 하나씩 따서 수확해야 합니다. 미국 딸기의 80%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데, 캘리포니아 지역의 딸기 수확은 임금이 저렴한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이 도맡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은 딸기를 '악마의 과일'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렇게 힘든 딸기 수확도 이제 곧 로봇이 하는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딸기 수확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전망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인간이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로봇이 불러온 자동화가 일자리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합니다. 

 

17장. 초콜릿: 브라우니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자신의 초콜릿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초콜릿의 역사를 설명합니다. 초콜릿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스위스죠. 스위스는 주로 서비스를 제공해서 먹고사는, 탈산업 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국가이지만,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 정도가 높은 나라로,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세계 1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스위스와 비슷한 나라로 싱가포를를 듭니다. 저도 책 읽으면서 처음 안 사실인데, 싱가포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산업화된 국가라고 합니다. 

저자가 이들 두 나라를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조업이 뒷받침 되어야 금융, 운송, 경영 서비스 등 고생산성 서비스 산업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을 구성하는 17장의 내용을 4개의 포스팅에 걸쳐 정리해보았습니다. 저자가 각 장에서 소개한 음식과 식재료에 어떻게 경제학 이론을 연결시키는지 정도만 적으려고 했는데, 책을 아직 안 읽으신 분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반감시킬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은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서 선뜻 경제학 책을 집어 들지 못하시는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려운 경제학 이론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보다 더 깊게 경제학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책입니다.  경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니 너무 딱딱하지 않은 교양서적 찾으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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