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전으로 갈 수 없는 나라인 시리아를 2005년에 여행했다. 시리아는 원래 여행 루트에 없던 여행지였으나, 여행 중 만난 여행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아무런 준비 없이 정해진 행선지였다. 결론은, 2005년의 여행에서 시리아는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시리아를 떠나면서 언제가 다시 올 거라 다짐했었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 대신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 잠시나마 즐거웠던 기억을 소환해 본다.
# 사진 1, 터키-시리아 국경 초소
터키에서 육지로 시리아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국경 초소를 거쳐야 한다. 이곳에서 시리아 입국을 위한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참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른 아침 국경에 도착한 나는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2주 짜리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비자를 건네주던 이민국 직원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너 운 좋은 편이야. 이곳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에야 비자를 받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거든."
# 사진 2, 사진 찍히길 좋아했던 아이들
2005년 당시, 디지털카메라는 시리아에서 신기한 축에 속한 가전제품이었다. 디카로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면 항상 동네 아이들이 호기심을 내보이며 말을 걸고는 했다. 디카로 사진을 찍어서 작은 액정 화면으로 보여주면 신기해하고, 재밌어했다. 위 사진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아이' 나 '청소년'이 맞다. 시리아 남자들은 대부분 콧수염을 기른다. 그래서 아직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진 어린 학생들도 코 밑에 거뭇거뭇 콧수염을 가지고 있다.
# 사진 3, 팔라펠 맛집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인 팔라펠(Falafel)을 난 시리아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길을 지나가다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고 홀리듯 처음 보는 음식을 겁도 없이 시켰고, 그 맛에 반한 나는 알레포에 묵는 동안 매일 이 팔라펠을 먹었다. 이후로 나는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수많은 팔라펠을 먹어 왔지만, 이곳에서 먹었던 고추기름 뿌려먹던 팔라펠의 맛과는 달랐다. 팔라펠은 중동 어느 나라에서든 세계 어느 곳에서든 쉽게 먹을 수 있지만, 나에게 전통 팔라펠은 이 곳 알레포의 팔라펠뿐이다.
# 사진 4, 시리아 사람들의 친절함
시리아를 여행하라고 나에게 추천해준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던 말이다. "시리아 사람들 정말 친절해서, 여행하기도 편하고 여행할 맛 날거야." 이 말은 사실이었다. 코란을 숭배하는 이슬람 국가들은 대부분 여행객들에게 호의적이지만, 시리아는 특히 그 정도가 심했다(?). 나는 어디를 가나 환영받는 존재였고, 이렇게 거하게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다. 위 사진의 3인방은 처음에는 나에게 너무 치근덕(?) 대서, '무슨 해코지를 하려고 이렇게 접근하나'란 생각도 했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나는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를 않았고, 3인방은 나를 숙소까지 배웅해주고 쿨하게 헤어졌다. 이 일이 있은후, 나는 시리아에서만큼은 현지인들의 호의를 색안경 끼고 보지를 않고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 사진 5, 우마이야 모스크
친절한 사람, 맛있는 음식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던 시리아 여행은, 장구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유적들을 보며 더욱 빛나게 된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우마이야 모스크는 시리아를 대표하는 유적 중의 하나이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가 있던 교회터에 지어진 우마이야 모스크, 터키에서 봤던 수많은 모스크와는 또 다른 양식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10년여의 내전을 거치면서 아직 건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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