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포도 품종] 소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산뜻함의 끝판왕)

소비뇽 블랑은 샤르도네와 함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포도 품종입니다. 샤르도네가 약간 묵직한 맛을 내는 포도라면, 소비뇽 블랑은 묵직함보다는 산뜻한 맛이 강한 포도입니다. 함께 할 적당한 안주가 마땅하지 않고 입맛이 없을 때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 한 잔 마시면, 잃었던 입맛도 다시 돌아온답니다. 소비뇽 블랑은 특히 풀향기 물씬 나는 봄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창한 봄날, 파릇파릇 돗아나는 잔디 위에 돗자리 하나 깔고 앉아, 풀냄새 나는 소비뇽 블랑 한 잔 마셔보세요.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소비뇽 블랑(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1. 원산지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으로, 소비뇽 블랑이란 이름은 프랑스어 sauvage(야생의)와 blanc(흰 색)이란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보르도 지역 외에 루아즈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으며, 프랑스 외 지역에서는 뉴질랜드에서 소비뇽 블랑을 특히 많이 재배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 여러 나라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2. 특징

소비뇽 블랑은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고 일찍 열매가 익는 조생종입니다. 더운 지역에서 재배하면 너무 일찍 익어버려서, 이런 소비뇽 블랑으로 와인을 만들면 과실향은 밋밋하고, 산도는 덜한 와인이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소비뇽 블랑은 와인 양조기법에 따라 와인 맛이 많이 달라집니다. (다른 품종으로 만든 와인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뉴질랜드 남섬에는 와인 양조장이 없어서 수확한 소비뇽 블랑을 배와 트럭으로 옮기야 했는데, 이 시간동안 머스트(must, 발효시키기 전 포도압착즙)가 포도껍질에 오래 노출되어 산뜻한 맛의 와인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지금도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와인은 프랑스 소비뇽 블랑보다 자극적인(산뜻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어떤 와인을 마셔야 할까요?

프랑스의 루아르 지방과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만든 와인이 소비뇽 블랑을 대표합니다. 루아르 지방의 상셰르(Sancerre)와 뿌이 퓌메(Pouilly-Fume)에서 생산하는 소비뇽 블랑이 가장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데, 특히 뿌이 퓌메는 그 유명한, 루이 16세의 부인인 마리 앙뜨와네트가 좋아했던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말보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을 대표하는 와인은 클라우디 베이입니다. 클라우디 베이를 만드는 와이너리는 얼마 전 유명한 명품 회사인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가 인수한 사실로도 널리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리는 와인 중의 하나입니다. 

 

뿌이 퓌메 AOC 와인과 클라우디 베이 와인

  

 

4. 어떤 맛이 날까요?

제목에서 쓴대로 소비뇽 블랑을 지배하는 맛은 산뜻함입니다. 혀에 느껴지는 과일의 맛도 사과, 자몽 등 달콤함 보다는 산미가 강한 종류의 과일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신선한 풀내음과 그린페퍼의 향도 달콤한 맛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뇽 블랑에서 고양이 오줌 맛이 난다고 합니다. 저는 고양이 오줌을 먹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물론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도 고양이 오줌을 먹어보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비뇽 블랑을 많이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짭조름하고 야릇한 약간 이상한 맛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뇽 블랑의 산뜻함은 저에게는 피할 수 없는 마성의 맛이랍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대표하는 클라우디 베이가 궁금하시면 아래 포스팅도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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